2024.09.22(일)
사진=김병도 변호사
사진=김병도 변호사
장난삼아 혹은 술김에 충동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가 후회하는 젊은 커플이 적지 않다.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해 이러한 사정을 호소하고 ‘혼인신고 취소’를 할 수 없는지 문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혼인신고 취소는 단순히 당사자의 변심 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법이 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당초 혼인신고를 할 때부터 신중해야 한다.

현행법상 혼인신고 취소 사유로는 18세 미만인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경우, 18세 이상이지만 부모나 후견인의 동의 없이 결혼을 한 경우, 혼인 무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일정 범위의 친족 간의 근친혼, 중혼,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 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경우, 사기나 강박으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등이 있다.

민법에 따르면 혼인적령은 18세로, 19세 미만인 사람은 부모나 후견인의 동의를 받은 때에만 혼인할 수 있다. 또한 8촌 이내의 혈족 간 결혼은 혼인무효 사유이지만 그 범위를 벗어났다 하더라도 6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이거나 배우자의 6촌 이내 혈족, 배우자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나 인척이었던 사람과 혼인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이를 사유로 하여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중혼이란 이미 법률혼 관계인 사람이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와 혼인을 한 경우를 말한다.

악질 기타 중대 사유를 근거로 혼인 취소를 청구할 때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단순히 특정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여 결혼을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숨긴 사실이 어떠한 내용이든 상관없지만 그 내용이나 수준이 혼인 당시 이를 알았더라면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인정될 정도로 크고 중대한 경우일 때에만 혼인 취소가 가능하다. 예컨대 성기능 장애처럼 주요 질환을 숨기고 결혼을 했다거나 혼외자가 있음을 숨기고 결혼을 했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혼인신고취소 청구를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악질 기타 중대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안에 혼인신고 취소를 청구해야 하며 그 기간이 도과하면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혼인 취소가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만일 사기나 강박에 의한 혼인이라면 그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혼인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법무법인YK 천안분사무소 김병도 이혼전문변호사는 “혼인신고 취소 사유를 이토록 엄격하게 정해놓은 이유는 무분별한 혼인신고와 취소로 인해 촉발되는 행정상의 낭비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아무리 억울하고 화가 나도 법이 정한 사유가 없거나 제소 기간이 지나갔다면 혼인신고를 취소할 수 없으므로 소중한 기회를 허비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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