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1(토)
사진=고병수 변호사
사진=고병수 변호사
강간죄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범죄 중에서도 비난 가능성이 가장 큰 범죄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할 때 성립하며 이와 비슷한 죄목으로는 사람의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는 준강간과 성기를 삽입하지는 않지만 성기를 제외한 신체의 내부에 성기를 삽입하거나 성기나 항문 등에 성기를 제외한 신체 또는 도구를 삽입하는 유사강간 등이 있다. 이중 강간과 준강간은 3년 이상의 징역으로 동일한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되고 유사강간도 2년 이상의 징역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처벌을 받는다.

강간죄를 포함한 성범죄는 재범의 가능성과 형량 등을 고려해 유죄 판결 시 신상정보 등록을 비롯해 다양한 보안처분까지 할 수 있다.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 어린이 및 장애인 관련 기간에 대한 취업 제한, 성교육 수강 명령, 화학적 거세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보안 처분이 존재하며 인정되는 죄목과 범죄의 수위 등을 고려하여 한 사람에게 여러 개의 보안 처분을 한 번에 부과하기도 한다.

강간죄는 생면부지의 관계인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연인이나 부부처럼 친밀한 사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에는 부부간의 관계를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라고 생각해 부부간 강간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부부 사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협박을 통해 간음했다면 이때에는 부부 간의 관계도 강간죄의 성립을 인정한다.

결국 강간죄에서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 그렇다면 폭행과 협박의 수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거나 있었다 하더라도 그 수위가 상대방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수 있는 정도에 미치지 못하면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폭행과 협박의 범위가 대폭 넓어진 강제추행과 달리, 강간죄는 여전히 굉장히 좁은 범위에 폭행과 협박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법무법인YK 제주분사무소 고병수 형사전문변호사는 “성관계의 특성상 CCTV 등에 의해 노출된 공간에서 벌어지기보다는 은밀한 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더 많다.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힘든 경우에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 두 사람의 관계, 사건 전후의 사정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최대한 구체적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성립요건을 얼마나 충족하는지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사건을 제대로 풀어갈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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