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강원도 강릉에서 8살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하여 아이의 부모와 지인 등이 아동학대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이의 부모는 자녀가 신장질환을 가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장기간 방치하여 숨지게 한 혐의와 숨진 아이를 비롯해 다른 자녀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지인인 30대 남성 2명도 아동에 대해 상습적인 학대를 저지른 혐의로 함께 기소되었다.
이처럼 친부모에 의해 아동학대를 받던 아이들이 심한 중상해를 입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부모가 가해자인 아동학대 사건의 비율은 82.7%, 1만546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 가량이 아이의 부모인 셈이다.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기관의 신고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법적으로 아동학대 신고 의무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이나 교원, 교육시설이나 보육시설 종사자, 의료기관 종사자 등이 부모를 아동학대 가해자로 의심하여 신고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는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우선시 하는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사실 관계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정황이나 의심만으로 곧장 신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신체적 학대는 물론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 등으로 다양하다. 그만큼 성립 범위가 넓어 일단 혐의에 연루되면 처벌이 이를 가능성이 높다. 아동학대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고 만일 성적 학대 혐의가 적용되었다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아동학대살해나 치사, 중상해 등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면 가중처벌 된다.
법무법인 법승 부산지사 이소희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은 워낙 사회의 주목도가 높고 비난 가능성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일단 혐의가 의심되면 수사나 재판이 완전히 종료되기 전에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진실이 밝혀져도 이미 대중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떠난 상태이기 때문에 이전의 평화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 의뢰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의뢰인은 자녀가 아파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의료진으로부터 아동학대로 의심을 받아 수사기관에 신고되었다. 이에 이소희 변호사를 찾은 의뢰인은 자신이 범행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이소희 변호사는 장기간 지속된 조사에 빠짐 없이 입회하여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동시에 의뢰인의 진술을 조력했으며 그 결과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게 되었다.
이소희 변호사는 “애지중지 키운 자녀를 학대했다는 혐의로 신고를 당했을 때 부모가 느끼는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자신의 아이를 학대, 방임하는 사건이 늘어나고 있기에 정상인 부모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억울한 혐의로 인해 처벌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없어 조사 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미리 대응하여 진술의 신빙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