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빌라 시장의 극심한 침체, 전세사기 피해, 전월세 상승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매입임대주택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담 조직을 만들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 물량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에 비해 아직 실적은 미미하다.
8일 LH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매입임대주택 매입 실적은 기축 주택 155가구, 신축 약정 주택 1천426가구 등 모두 1천581가구다.
이는 LH 올해 매입임대주택 목표치인 3만7천가구의 4% 수준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 하반기 중 3만5천가구 이상을 더 매입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매입임대주택 공급 목표를 지난해(3만5천가구)보다 50% 늘린 5만3천500가구로 잡으며, 이 중 70%를 LH에 배분했다.
매입임대주택은 LH와 지방공사 등 공공주택 사업자가 기존에 지어진 주택을 사들이거나, 사전 약정 방식으로 신축 주택을 매입해 저소득층과 고령자, 신혼부부, 청년 등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거복지 제도다.
건설 임대주택은 사업 승인 준비부터 입주까지 5년 이상 긴 기간이 걸리지만, 매입임대는 매입 주택 선정 후 입주까지 짧게는 6개월에서 통상 2년 정도면 공급이 가능해 주택 수요와 시장 불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처럼 시장 침체기에는 다가구 빌라 등을 짓는 영세·소규모 건설사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관건은 하반기 중 목표 물량을 계획대로 공급할 수 있을지 여부다.
지난해 LH 매입임대주택 매입 실적은 4천610가구로, 목표치로 세운 2만476가구의 23%에 그쳤다. 올해 목표를 달성하려면 작년보다 8배 많은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
LH가 정한 설계기준에 맞게 건물을 지으면 인수하겠다고 약정하는 신축 매입임대 목표 물량을 3만3천가구로 잡은 만큼 LH는 이를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그간 많은 시일이 소요됐던 신축 매입임대 설계도면 협의와 지자체 인허가 등에 소요되는 기간은 대폭 줄이기로 했다.
매입임대 담당 인력은 189명으로 늘렸으나 단순 산식으로 따졌을 때 올해 한 사람당 196가구 매입을 맡아야 하는 꼴이다.
LH 관계자는 "올해 2월 매입입대주택 매입 공고를 냈고, 매입 절차에 5∼6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실적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입임대 실적을 떨어뜨린 매입 가격 산정의 적절성을 둘러싼 문제는 해소해야 할 숙제다.
LH는 지난해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미분양 주택을 기축 매입임대로 사들이는 과정에서 '고가 매입' 논란이 일자 '원가 이하'로 매입하도록 기준을 바꿨고, 이후 매입임대 실적이 뚝 떨어졌다.
LH는 올해부터 수도권 100가구 이상 신축 매입임대주택에 한해 감정평가 방식이 아닌 골조부터 마감재까지 실제 건물의 설계 품질에 따라 적정 건물 공사비를 책정하는 '공사비 연동형 약정 방식'을 도입했다. 이렇게 하면 매입 단가가 좀 더 높아질 수 있다.
100가구 미만에 대해선 감정평가액에 매입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한다.
올해 매입임대 70%(2만6천가구)를 수도권에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교통 인프라 등을 잘 갖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주택을 매입하는 것도 과제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상승으로 임차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매입임대주택 물량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 목표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선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공공이 나서 줄어든 민간 인허가·착공 물량을 회복해야 할 때"라며 "LH가 가진 노하우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설계 지원, 자재비 일부 보조, 대량 구매를 통한 자재비 절감 지원과 품질 관리 등의 추가 지원이 이뤄져야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유창규 글로벌에픽 기자 yck@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