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성폭행은 수 많은 성범죄 중에서도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유형에 속한다. 하지만 범행의 특성상 피해자나 가족들이 범죄 발생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은폐하는 성향이 있어 암수율, 즉 드러나지 않은 범죄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통계에 따르면 일 년에 친족 간 성범죄로 검거되는 인원은 약 600~700여 명 가량으로, 친족성폭행 혐의가 적용되는 경우는 200명 내외 정도이지만 실제 친족성폭행 사건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형법상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지만 친족성폭행은 이보다 처벌 수위가 훨씬 무겁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폭행이나 협박으로 친족성폭행을 저지르면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양형기준을 고려해도 친족성폭행은 기본 5~8년의 징역이며 감경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3년 6개월~6년의 징역을 권고하고 있다. 기본적인 형량 자체가 매우 높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집행유예 등 선처를 구하기가 어렵고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친족성폭행에서 ‘친족’은 4촌 이내의 혈족과 인척 및 동거하는 친족이다. 부모님과 친형제는 물론이고 조부모, 흔히 ‘삼촌’이라 불리는 부모의 형제들과 그 자녀, 그들의 배우자가 모두 포함된다. 5촌 이상의 친척이라 하더라도 동거하는 상황이라면 친족에 포함된다. 친족 관계는 반드시 법적 관계일 것을 요하지 않으며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이 포함된다. 즉, 사실혼 관계로 인해 형성된 친족이라 하더라도 친족성폭행에서 말하는 친족의 요건에 해당한다.
친족성폭행은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아무리 가해자를 처벌하려 해도 보호자가 이에 협조적이지 않다면 사법 대응을 하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의 보호자가 가해자인 경우도 높아, 신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혈연으로 엮어 있어 완전히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친족성폭행의 경우, 피해자가 사건 발생 당시 미성년자였다면 피해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친족성폭행의 기본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피해자가 성인이 된 날로부터 10년을 계산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다면 아예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성인이 된 후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더라도 가해자를 고소할 수 있다.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검사 출신의 법무법인YK 장일희 변호사는 “실제로 많은 친족성폭행 피해자들이 성인이 된 이후 오래 전에 발생했던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곤 한다. 다른 성범죄에 비해 친족성폭행의 공소시효가 긴 편이기는 하지만 결정이 너무 늦어져 공소권이 소멸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과거에 있었던 일을 시간이 지난 후 다툴 때에는 이미 성폭행 여부를 입증할 만한 물적 증거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 진술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게 된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도 정황 증거나 간접 증거 등을 통해 유죄를 다툴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소송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