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되고 있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경우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 엔화와 같이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최근 몇 년간 낮은 금리 환경 속에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위험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캐리 트레이드를 빠르게 청산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제공하는 투자 리서치 회사 TS 롬바드의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증시 불안, 엔화 가치 급등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연준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러한 우려는 유럽 증시의 불안으로 이어졌고,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와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급등했다.
특히 엔화 가치는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달러 대비 급등해, 7월 초 달러당 161.96엔까지 하락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수익성 있는 캐리 트레이드를 빠르게 청산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HSBC, 캐리 트레이드 청산·AI 화폐화·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삼중고"
CNBC에 따르면 HSBC의 전략가들은 최근 며칠 동안 캐리 트레이드 청산, 인공지능(AI) 화폐화, 임박한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등 "삼중고"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들은 아직 매수하기에는 이르지만, 기본적인 요인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가장 큰 위험은 부정적인 부의 효과와 더욱 긴축된 신용 조건으로 인해 결국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자기 부양적 매도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캐리 트레이드, 쉽게 풀 수 없어"
소시에테 제네랄의 수석 외환 전략가인 킷 주크스(Kit Juckes)는 "대규모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진행 중"이라며, "세계가 본 적이 없는 가장 큰 캐리 트레이드를 몇 개의 머리를 깨지 않고는 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 달러, 영국 파운드, 노르웨이 크로네, 미국 달러에 대한 일본 엔화 롱 포지션이 모두 청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자산 노출 일본 투자자들 과거 패턴 반복
TS 롬바드의 경제학자들은 미국에서 중국까지 글로벌 자산이 "노출된 것처럼 보인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일본 투자자들이 팬데믹 초기에 외국 자산에서 빠져나갔지만,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이후 다시 캐리 트레이드에 뛰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연준·일본은행 협력 메시지 기대
CNBC에 따르면 TS 롬바드의 경제학자들은 일본은행과 연준이 시장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협력적인 메시지를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은행과 연준이 일본 투자자들이 자산을 매도하지 않도록 돕고, 연준이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도록 양적 조치를 도입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가속화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투자자들은 일본은행과 연준의 협력적인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
김규환 글로벌에픽 기자 globalepic7@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