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수 소설가의 첫 단편 소설집 '나는, 자정에 결혼했다'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이번 복간본은 2006년 등단 후 처음 출간된 한지수 작가의 소설집으로 문단에서 호평받은 작품성이 탁월한 단편소설들을 다수 수록됐다. 일곱 편의 작품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수작들로, 특유의 빛나는 감성과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공간적 배경이 주변부에 머무르지 않고 먼 나라 낯선 이국의 심층부까지 이르고 있어 서사의 영역이 두루 광범위하다.
화자가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 몸속의 자궁이 되기도 하고 외국에서 이주해 온 동남아 여성이 되기도 한다. 국적과 성별, 사회적인 지위를 아우르는 작가의 시선과 주제의 스펙트럼이 눈부시다. 동시에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고 성실한 자료 조사와 깊이 있는 사유로 등장인물의 내면과 환부의 고통 한가운데를 직시하는 끈질긴 산문정신이 소설 쓰기의 전범을 보여준다.
<열대야에서 온 무지개>에 등장하는 사이란은 태국에서 이주해 한국 남자와 살고 있는 여성이다. 그녀는 남편과의 관계를 어렵사리 회복하면서 서툰 한국말로 ‘한우를 낳고 싶다’는 고백을 한다. 소를 수입해서 3년간 기르면 ‘국내산’이라고 표기할 수 있지만 진짜 한우는 본래 이 땅에서 태어나 자란 소를 말한다는 남편의 설명을 듣고 그녀가 내린 결론이다. 진짜가 되고 싶은 열망, 이주민이 아닌 정착민으로서 온전히 그들과 동등해지고 싶은 꿈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천사들의 도시> 주인공인 제임스를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필리핀의 앙헬레스 시티. 그곳에서 본 이민자들의 모습이 소설로 이어졌고, 오산시청에서 주최하는 다문화가정의 도우미로 일하며 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이 <열대야의 무지개>로 피어났다.
저자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불친절이 동기가 되어 소설 쓰기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됐다며 집필 배경을 밝혔다. 그는 “친절이 배제된 세상 속에서 의식을 확장하고 세계관을 갖는데 밑거름이 되었다.”라며 “소설을 쓰기 위해 직접 그 공간을 방문하고 문제의식에 치열하게 천착한 끝에 얻어낸 결실”이라 고백한다.
2006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천사와 미모사’가 당선돼 등단한 한지수 소설가는 이후 소설집 ‘자정의 결혼식’, 장편소설 ‘헤밍웨이 사랑법’, ‘빠레, 살라맛 뽀’, ‘파묻힌 도시의 연인’, ‘40일의 발칙한 아내’를 펴냈다.
[안재후 글로벌에픽 기자/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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