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의 매력이 시들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AI 기업인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지난달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고 야후파이낸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AI 관련주 하락은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향후 AI 인프라 구축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익화 시점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 불안과 맞물려 AI 관련주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되었다.
그러나 AI 산업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엔비디아는 아직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다른 어떤 빅테크 기업보다 AI 산업의 반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달리 엔비디아는 수익성 문제가 없었지만, 월가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AI 관련주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엔비디아의 폭발적인 성장, 지속 가능할까?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AI 투자는 투자자들에게 일시적인 우려를 안겨줄 수 있지만, 결국 엔비디아의 수익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엔비디아의 호퍼(Hopper) AI 칩은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며, 올해 말에는 블랙웰(Blackwell) 라인의 생산도 확대될 예정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고성능 AI 칩 시장의 80~95%를 점유하고 있다. 즉, 기업들이 AI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할 때마다 엔비디아의 칩을 구매하거나 최소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는 몇 분기에 걸쳐 어려운 연간 매출 성장 비교의 시작을 알릴 수도 있다. 엔비디아의 2024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13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으며, 데이터 센터 매출은 103억 달러를 돌파하며 141% 급증했다.
이후 분기마다 엔비디아는 더욱 놀라운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러한 성장세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가장 최근 분기에 엔비디아는 260억 달러의 매출을 보고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한 수치다.
월가 분석가들은 다가오는 2분기 보고서에서 286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112% 증가한 수치이지만, 이전 분기만큼 놀라운 성장은 아니다. 이러한 점은 일부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엔비디아, 여전히 AI 산업의 희망
야후파이낸스는 "그렇다고 해서 엔비디아의 성장 가능성이 낮아지거나 월가의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며 "현재 66명의 애널리스트가 엔비디아 주식에 '매수' 등급을 부여했으며, '보유' 등급은 7명, '매도' 등급은 단 1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월가는 엔비디아의 전망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이다. UBS 분석가 티모시 아큐리는 최근 투자 노트에서 엔비디아의 칩을 생산하는 TSMC가 고성능 컴퓨팅 부문에서 강력한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고 지적하며, 이는 엔비디아의 또 다른 호실적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달리 엔비디아는 자사 제품이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유리하다. 빅테크 기업들은 AI 모델 개발 및 운영을 위해 엔비디아의 칩을 최대한 빨리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 AI 기반 소프트웨어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업들이 AI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있지만, 직원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이나 구글의 제미나이와 같은 AI 기반 소프트웨어가 기업 고객에게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다주려면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동안 엔비디아는 계속해서 하드웨어를 판매하며 성장할 것이다.
따라서 AI 관련주들이 지난달 부진했을지라도, 엔비디아는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침체된 AI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김규환 글로벌에픽 기자 globalepic7@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