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또 다른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반도체 및 AI 기반 스마트 기기에 대한 수요 급증이 공급망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붐, 반도체 수요 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는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인한 반도체 대란 이후 안정을 찾아가던 반도체 시장에 다시금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팬데믹 당시에는 재택근무 증가로 인한 가전제품 수요 폭증이 반도체 부족을 야기했다면, 이번에는 AI 기술 발전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데 필수적인 GPU(그래픽 처리 장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는 데이터센터에서 AI 모델 훈련에 사용되며, 퀄컴 등은 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및 PC용 칩을 설계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베인앤드컴퍼니는 GPU와 AI 기반 기기에 대한 수요가 반도체 부족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앤 호커 베인앤드컴퍼니 미주 지역 기술 실무 책임자는 "GPU 수요 증가와 AI 기기 확산은 PC 교체 주기를 앞당기고 반도체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복잡한 공급망, 취약한 병목 현상
반도체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GPU를 설계하더라도 생산은 대만 TSMC에서 이뤄지며, TSMC는 전 세계 각국의 칩 제조 장비에 의존한다. 최첨단 칩은 TSMC와 삼성전자만이 대량 생산 가능하다는 점도 공급망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베인앤드컴퍼니는 "반도체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며, 수요가 20% 이상 증가하면 균형이 깨지고 칩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AI 폭발은 대규모 최종 시장의 합류 지점에서 공급망 전체에 취약한 병목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정학적 긴장, 공급망 위험 고조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도 반도체 공급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수출 제한 및 제재를 강화하고 있으며,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지정학적 긴장, 무역 제한, 다국적 기술 기업의 중국 공급망 분리는 반도체 공급에 심각한 위험을 계속 초래하고 있다"며 "공장 건설 지연, 자재 부족 등 예측 불가능한 요소도 병목 현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시대, 반도체 확보 전쟁
AI 기술 발전은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공급망 불안이라는 과제도 안겨주고 있다. AI 반도체 및 AI 기기 수요 폭증은 반도체 부족 사태를 촉발할 수 있으며, 복잡한 공급망과 지정학적 긴장은 이러한 위험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AI 시대에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잠재적 위험 요인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규환 글로벌에픽 기자 globalepic7@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