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2(화)

3분기 예약 부진에 2025년 목표 하향…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 주가 동반 하락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로고.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로고.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첨단 리소그래피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이 3분기 실적 부진과 미래 전망 하향 조정으로 휘청이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ASML 주가는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16.3% 폭락하며 730.43달러에 마감했고, 이 여파는 엔비디아, 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날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에 따르면 ASML은 3분기 매출 82억 1000만 달러, 주당 순이익 5.80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3분기 신규 수주는 26억 유로(약 28억 달러)에 그쳐, 전문가 예상치인 54억 유로(약 59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ASML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토프 푸케는 "AI 분야의 성장세는 뚜렷하지만, 다른 시장의 회복은 더디다"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 고객들이 투자에 신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요 둔화 전망에 따라 ASML은 2025년 매출 목표를 기존 300억~400억 유로에서 하향 조정했다.

ASML의 실적 악재는 반도체 업계 전반에 걸쳐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3% 급락했고, KLA,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 리서치 등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 주가도 10% 이상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5%, AMD는 5.2%, 브로드컴은 3.5% 하락했으며, 칩 설계업체 ARM은 6.9% 폭락하는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ASML발 쇼크를 피해가지 못했다.
ASML의 부진은 반도체 산업의 '슈퍼 을'로 불리는 독점적 지위를 고려할 때 더욱 심각하다. ASML은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독점 생산하며,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이 장비는 납품까지 수년이 소요될 정도로 공급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ASML의 실적 부진은 반도체 생산 감소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반도체 시장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ASML의 실적 악화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도체 수요 둔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며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ASML의 실적 부진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ASML은 당초 18일 새벽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앞당겨 공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번스타인의 분석가 사라 루소는 "ASML의 실망스러운 예약은 괜찮은 3분기 실적을 덮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며 ASML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아웃퍼폼'(시장 평균 수익률 상회)으로 유지했지만, 목표 주가는 1,052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김규환 글로벌에픽 기자 globalepic7@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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