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해 업무 지시에 응했다가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되어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매우 조직적으로 진행되는데 이른바 ‘수거책’이나 ‘인출책’은 현장에서 검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빙자해 조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고용하여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일반 회사처럼 위장한 뒤 정상적인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사람을 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될 수 있다.
사람을 기망하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보이스피싱은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며 혐의가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이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해 가중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 범죄 현장에서 현금을 전달하거나 인출하다가 붙잡힐 경우, 혐의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무리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더라도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보이스피싱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단순한 역할을 맡아 가담한 이들에게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법승 부산분사무소 우지원 변호사는 “범죄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연루되었다 하더라도 피해가 발생하는 데 이바지 했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수사 초기부터 자신의 사정을 소상히 밝히고 범죄의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한 사례를 소개했다.
의뢰인은 구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무보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 일하던 중 담당자로부터 대출금을 상환 받아 회수팀에 전달하라는 외근 업무를 지시 받았다. 이에 의뢰인은 담당자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을 만나 돈을 건네 받고 전달해주는 업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해당 업무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한 유형이었으며 의뢰인이 전달한 돈은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금이었다.
결국 의뢰인은 사기죄의 공범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게 되었고 이에 법무법인 법승 부산분사무소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우지원 변호사는 의뢰인과의 면담 과정에서 의뢰인이 대출금 회수 아르바이트라고 속아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수사기관 및 법원에 이와 같은 의뢰인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조력했다. 여러 차례 진행된 경찰조사에 직접 입회하여 의뢰인의 진술을 조력했으며 재판 과정에서도 피고인의 억울함을 변론하며 사기의 고의가 없었음을 피력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재판부는 다행히 의뢰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우지원 변호사는 “통상 이러한 유형의 보이스피싱은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사회초년생들이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 어린 나이에 범죄자로 낙인 찍히면 정상적인 경제 활동 등이 어려워지므로 수사 초기부터 사기 등 경제범죄 사건 처리 경험이 풍부한 변호인을 찾아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