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의 주요 요건은 폭행과 협박, 그리고 추행이다. 폭행이라고 하면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구타를 떠올리지만 구타가 아니라 하더라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물리력을 행사했다면 폭행이 성립한다. 힘의 대소강약은 따지지 않기 때문에 가해자가 생각하기에 강한 힘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물리력이 사용되었다면 폭행이 인정될 수 있다. 협박은 상대방이나 그 가족 등에게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그 정도가 피해자의 반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는 없다.
추행은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행위가 포함된다. 흔히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 특정 부위를 접촉할 때에만 추행이 인정된다고 생각하지만 어깨나 팔, 등과 같은 부위라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일반인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접촉했다면 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 만지는 부위보다 신체 접촉이 일어나게 된 경위나 피해자-가해자의 관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형법 제298조에 따르면 강제추행을 저지른 사람은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별도로 미수범 처벌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만일 피해자가 미성년자나 장애인이라면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강제추행 사건을 살펴보면 일면식이 없는 타인 간에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평소에 친밀한 사이, 특히 스킨십을 많이 하는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도 강제추행이 문제가 되곤 한다.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강제추행 피해자 중 약 20%가 가족,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피해를 입은 경우에 해당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명백한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성적 접촉을 강요하면 강제추행이 인정되며 처벌에 이르게 된다.
법무법인YK의 박준환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 특히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신체 접촉에 대한 증거가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건을 풀어가기 어려운 점이 크다. 이러한 때에는 당사자들의 진술에 의존하여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 밖에 없는데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상대방 진술 중 사실과 다른 점을 지적해 입증하고 내 진술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한 번 진술을 한 뒤 번복하면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므로 처음부터 일관성있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모순 없이 논리적인 진술을 하고 싶다면 초반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구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