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을 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이 사유에는 부정행위, 유기, 부당한 대우, 생사 불명, 그리고 기타 중대한 사유가 포함된다. 이 사유들 중 어떤 하나라도 인정되면 이혼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부정행위와 부당한 대우는 실제로 많은 재판상 이혼의 원인으로 등장한다.
부정행위란 부부 간의 정조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로, 성적인 관계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과 지속적으로 친밀한 연락을 주고받거나 감정적으로 의지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부정행위가 이혼 사유가 되기 위해서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부정행위가 일어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이혼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만약 부정행위를 용서하고 관계를 회복하려 했다면 그 부정행위를 근거로 한 이혼 청구는 받아들여지지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갖추고, 법적인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당한 대우는 부부 간의 폭력, 학대, 모욕 등으로 인해 혼인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을 말한다. 상습적이고 심각한 폭력이나 협박이 일상적으로 발생한 경우, 이는 부당한 대우로 인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폭력이나 경찰이 여러 차례 출동할 정도의 협박이 있을 경우 법원은 이를 부당한 대우로 인정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배우자로부터의 부당한 대우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반대로 본인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때에도 이를 사유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고부 갈등’, ‘장서 갈등’으로 인한 이혼이 여기에 해당한다. 단순히 감정적인 다툼의 수준이 아니라 당사자가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으며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이혼 사유로 인정되기 때문에 입증 자료를 갖춰 두어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의 이태호 이혼전문변호사는 “혼인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면 그것이 법이 정한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라 소송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상대방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때에는 당사자가 이혼 사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법적 근거와 증거를 마련해 두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홀로 진행하기 어렵다면 경험이 풍부한 이혼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