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이 독점 유통권을 확보하고 있는 GLP-1 수용체에 대해 최근 다른 질병으로의 기전 확대 논문들이 속속 나오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는 단숨에 대박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비만과 당뇨병 치료제로 주목받으며 거대한 시장성을 입증한 가운데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GLP-1 작용제를 심혈관 질환, 신장질환,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수면무호흡증 등과 같은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독은 국내에서도 GLP-1 유사체 계열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바이오콘과 '리라글루티드' 성분 비만치료제의 국내 독점 판매 및 유통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리라글루티드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와 동일한 성분으로,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허가를 받아 판매하고 있다.
이에 한독은 해외 기업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를 도입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제품 자체의 차별화가 아닌 한 발 앞선 시장 진입이라는 전략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한독은 GLP-1 유사체가 당뇨병 치료제로도 사용되는 만큼 기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의 입지를 활용해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설포닐우레아 계열 당뇨병 치료제 '아마릴(성분명 글리메피리드)'을 통해 당뇨병 시장의 리딩 기업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DPP-4 억제제 계열 '테넬리아(성분명 테네리글립틴)'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토탈 당뇨병 솔루션 기업을 표방하며 진단부터 치료, 관리까지 당뇨병 전 부문에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한독은 당뇨병까지 적응증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성분이 만성 신장질환(CKD)과 심혈관 질환 등에 대해 효능을 입증했다.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까지 치료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GLP-1 작용제 강자들은 이제 뇌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데이비드 릭스(David Ricks) 일라이릴리 대표는 워싱턴 DC 경제클럽에서 젭바운드의 성분을 기반으로 한 중독 치료제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이 약물이 "단순히 체중 감량에 그치지 않고, 욕구를 제어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데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내년부터 알코올, 니코틴, 약물 중독 치료를 목표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GLP-1 작용제는 원래 위와 뇌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호르몬인 GLP-1을 모방한 약물로, 혈당 조절, 포만감 유도, 대사 기능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 약물은 위 배출 속도를 늦추고 체중 감량을 유도하며 비만과 당뇨병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이 약물이 단순한 대사 치료를 넘어 심혈관 건강, 신장 질환, 그리고 신경 보호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를 활용한 임상시험에서 심혈관 질환 위험을 약 20% 줄이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 또 노보는 만성 신장질환(CKD) 환자에서 위고비 성분이 신장 관련 사건 발생 위험을 24% 낮춘 데이터를 발표하며 신장질환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한편 글로벌 GLP-1 시장은 약 368억달러(약 48조9000억원)로 추산되며, 2031년에는 약 1380억 달러(약 183조4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