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지난해 8월 야심차게 발표했던 동양생명과 ABL생명 동시 인수 계획이 손태승 전 회장의 불법 대출 스캔들로 인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손 전 회장의 수백억원 규모 부당대출 사건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은행의 전·현직 경영진이 이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2등급인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 이하로 하락할 경우, 1조 5493억원 규모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는 자동으로 무산된다. 금융지주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2등급 이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 건전성 지표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1.96%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2%를 밑돌았다. 이는 KB금융(13.85%), 신한금융(13.13%), 하나금융(13.17%)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보험사 인수에 따른 자금 지출로 CET1 비율이 0.06%포인트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의 고환율 상황까지 겹치면서 비율 하락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 후 매년 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금융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환율 상황에서 대규모 인수 자금까지 투입되면 CET1 비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연내 목표인 12.5%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손태승 전 회장의 불법 대출 스캔들이 우리금융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달 중 발표될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우리금융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안재후 글로벌에픽 기자/anjaeh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