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를 진행하는 것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횡령이나 사기와 같은 경제 범죄는 합의를 통해 피해자에게 경제적 보상을 할 수 있어 합의가 비교적 쉬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범죄는 피해자가 느끼는 정신적, 감정적 피해가 크기 때문에 금전적 보상만으로 충분히 회복되었다고 느끼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또한,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금전적 대가를 바라고 고소한 것’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피하고자 하는 피해자는 종종 합의를 거부하고 엄벌을 원한다고 밝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상대와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상대방이 합의에 긍정적이지 않을 때,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접근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강제추행 사건에서 가장 피해야 할 태도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2차 가해로 비춰질 수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의 경계심을 높여 합의가 불발될 가능성을 키운다.
또한, 강제추행 사건에서 합의금은 사건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을 책정하는 일이 어렵다. 피해자가 원하는 합의금은 각자의 피해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가해자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합의금을 산정할 수는 없다. 지나치게 낮은 금액을 제시하면 합의가 무산될 수 있고, 너무 높은 금액을 정하면 이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합의금을 정할 때는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당사자가 직접 소통할 경우 감정적인 호소와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YK 진주분사무소 남화진 형사전문변호사는 “’합의를 통해 형량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합의 자체의 의미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합의는 결국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는 의미다. 즉, 합의를 통해 피해자의 용서를 구하고 선처를 받았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무죄나 무혐의를 주장할 수는 없다. 이러한 합의의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진행하면 예상과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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