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창업주가 대표이사직에서 다시 물러났다. 정 회장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으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가 2020년 복귀한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회장직만 유지키로 한 것.
정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건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영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사업실적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하락하면서 다시 연간 영업이익 적자 위기를 맞았다. 이 기간 동안 매출액은 1/5 줄었고 영업손실 규모는 23배나 불어났다.
정 회장은 2020년 경영에 복귀한 후 K뷰티 붐에 올라타기 위해 해외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국내 영업에 박차를 가했지만 생각처럼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았다.
이처럼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 음으로 양으로 대표이사직 사임의 단초가 됐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대표이사직 사임에 앞서 정 회장은 사업다각화를 추진한다는 명분으로 토종 의류기업 쌍방울을 인수했다. 인수 주체는 정 회장이 40%의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임대회사인 세계프라임개발. 세계프라임개발은 광림이 보유한 쌍방울 주식 60만2297주를 70억원에 양수해 12.04%의 지분을 확보했다.
정 회장 후임 대표로는 이승정 미주사업부분장이 선임됐다. 1982년생인 이승정 신임 대표는 화장품 기업 클리오에서 글로벌 디지털 비즈니스 팀장으로 20년간 경력을 쌓은 뒤 2023년 네이처리퍼블릭에 합류했다.
이번 대표이사 교체는 글로벌 시장,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새로운 경영진 체제에서 기업 이미지 쇄신과 함께 사업 확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용어설명=정운호 게이트
정운호 회장의 법조계 로비 스캔들을 일컫는 사건이다.
사건의 핵심 내용은 2014~2015년 정 회장이 자신이 연루된 원정도박 사건과 관련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법조계에 대해 광범위한 로비를 시도한 것.
정 회장은 이 사건으로 인해 2016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이 확정됐다. 이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법조계 비리와 기업인의 불법 로비 문제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되며, 사법정의와 기업윤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기자 / anjaeh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