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혼은 혼인의 실질적 요건을 충족하였으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의 관계를 의미한다. 우리 법에서는 혼인신고를 한 경우, 즉 법률혼인 부부의 권리와 의무를 철저히 보호하지만, 사실혼인 경우에는 부부의 권리와 의무를 일부만 인정하고 있다.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통념상 부부 공동생활을 인정할 수 있는 실체가 있다면 사실혼이 인정된다. 사실혼 부부는 서로에 대해 부부 사이의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 등을 지니며, 일상적인 가사대리권도 인정된다.
따라서 사실혼 부부 중 일방이 부부 사이의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실혼이 부당 파기된 경우,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즉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 단,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위자료 청구에서는 사실혼의 실체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사실혼 관계를 입증하려면 두 사람이 실제로 부부처럼 생활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주거지 공유나 공동 계좌 사용과 같은 경제적 지원 내역, 그리고 생활비 지급 내역 등의 자료가 유효한 입증 자료가 될 수 있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사실을 보여주는 사진과 이웃, 친구들의 증언도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사실혼 관계에서 상호 부부간의 의무를 수행해 왔다는 증거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가사 분담이나 상호 부양의 내역, 혹은 상대방이 아프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지원한 기록 등이 사실혼 관계의 실체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아가 사실혼 관계가 인정될 경우, 재산분할 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부부가 공동으로 축적, 증식해 온 공동 재산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분할한다. 그런데 공동 재산의 범위를 설정하거나 각자의 기여도를 산정함에 있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를 수 있으므로 미리 증거 자료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로엘법무법인의 이원화 이혼전문변호사는 “우리 사회에서 비혼 동거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혼 부부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의 해석과 적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실혼 부당 파기로 인한 아픔 속에서 위자료나 재산분할 등 법적 분쟁을 벌이는 일은 당사자에게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은 사실혼 자체를 부인하고 단순 동거 관계임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을 타파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부터 준비해야 한다. 경험이 풍부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구하여 사실혼 관계에 인정되는 법적 권리를 철저히 행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기자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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