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김범석 의장이 연 매출 40조원을 넘어서며 ‘로켓 성공신화’를 썼다, 2010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출발해 불과 14년만에 이룬 성과다.
김 의장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로켓배송, 와우 멤버십, 온라인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 등이 지금의 쿠팡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년마다 '퀀텀점프'…14년 새 매출 86배로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1조2천901억원으로 연간 실적을 처음 공개한 2013년 4천778억원에서 무려 86배로 뛰었다. 매출은 2015년 처음 1조원을 넘어선 이후 2017년 2조원, 2018년 4조원, 2019년 7조원, 2020년 13조원의 벽까지 차례로 깼다.
특히 김 의장에게 코로나19는 되레 호재가 됐다. 그 시기에 온라인 쇼핑몰 활황기를 타면서 매출 성장이 절정을 맞았다. 매출은 2021년 20조원을 넘어서자 2023년에 30조원 선마저 무너뜨렸다.
김 의장이 일군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수십 년간 한국 유통산업을 일군 전통의 대기업을 뛰어넘는다. 연결 기준으로 롯데쇼핑(13조9천866억원)은 물론 이마트와 백화점을 아우르는 신세계그룹 전체 매출액(35조5천913억원)마저 추월했다.
국내 대표 테크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매출 10조7천377억원)나 카카오(7조8천738억원)를 합친 매출(18조6천115억원)의 2.2배에 달할 정도로 월등히 앞서 있다. 쿠팡은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매출 순위로는 30위권 수준으로 삼성물산, 우리금융지주, 한국가스공사 등 국내 굴지의 금융·에너지·건설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매출 일등공신은 '로켓배송·와우멤버십'

김 의장이 이처럼 단기간에 이커머스 최강자로 성장한 것은 무엇보다 빠른 배송의 대명사인 '로켓배송'의 공이 크다.
김 의장은 로켓배송을 위해 지난 10년간 6조2천억원을 쏟아부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현재 전국 시군구 260곳 가운데 182곳(70%)이 로켓배송이 가능한 이른바 '쿠세권'이다. 김 의장은 내년까지 3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5천만 전 국민이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강력한 고객 기반도 김 의장의 탄탄한 실적을 뒷받침한다. 쿠팡의 활성 고객 수는 2020년 1천485만명, 2021년 1천794만명, 2022년 1천812만명, 2023년 2천100만명, 2024년 2천280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 출시한 와우멤버십 회원 수도 2020년 600만명에서 연평균 30% 이상 늘어 지난 2023년 말 기준 1천400만명에 달했다.
이외에 김 의장이 2022년 10월 대만 진출을 기점으로 한 글로벌 사업 확대, 지난해 초 글로벌 온라인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 등도 매출 성장에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 의장은 26일(한국시간) 열린 4분기 및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서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 우린 이제 막 자동화의 엄청난 잠재력을 활용하기 시작했을 뿐이며, 전체 인프라 중 고도로 자동화된 인프라 비율은 10% 초반에 불과하다”며 "더 많은 개선을 위한 기나긴 활주로(huge runway)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네이버·C-커머스 부상에 '긴장'…성장가도에 부담될 수도
하지만 김 의장의 앞길이 지나온 날처럼 평탄한 것 만은 아니다.
먼저 쿠팡과 이커머스 시장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한 네이버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쿠팡 로켓배송 못지않은 배송시스템을 구축한 네이버는 다음달에 전용 쇼핑앱을 출시하고 커머스 부문에 더 무게를 싣기로 했다.
이커머스 관계자들은 네이버 서비스가 보유 회원기반과 접목되면 시장 구도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추격도 김 의장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알리바바그룹 계열 알리익스프레스가 초저가를 무기로 한국 시장을 파고드는 가운데 테무마저 한국 오픈마켓 사업에 뛰어들면서 C-커머스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한중 합작을 두고 '반(反)김범석 동맹'이 결성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또 G마켓과 11번가, 컬리 등의 업체들이 잇따라 주7일 배송을 도입하며 쿠팡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력투구 하는데 이들의 행보도 김 의장이 무시할 수 없다.
이외에 골목상권 침해나 물류센터 노동자와 배송 기사의 근로 조건 등 다양한 규제 이슈가 김 의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경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도 김 의장을 불편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네이버의 본격적인 커머스 진출, C-커머스의 한국 공략 확대, 경쟁 플랫폼의 경쟁력 개선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은 해가 될 것"이라며 "이런 변수가 김 의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기자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