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가치 또 같이’ 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범한 HS효성. 이 회사의 수장은 효성가 3남 조현상 부회장이다. 조 부회장은 형인 ㈜효성 조현준 회장과 지분 교환을 통해 독립경영에 나섰지만 경영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과거 효성 지분을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효성그룹 지분을 모두 조 회장이 상속받으면서 조 회장의 보유 주식이 늘게 됐다.
효성그룹에서 HS효성이 떨어져 나갈 때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각각 효성과 HS효성 지분을 33.03%, 22.05%씩 들고 있었다. 이후 지난 8월 조 회장은 HS효성 지분을 조 부회장에게 모두 넘겼고, 대신 효성 지분 7.99%를 넘겨 받았다.
이로써 조 부회장의 HS효성 지분율은 55.08%로 늘어난 반면 조 회장은 0%가 됐다. 조 부회장의 HS효성 홀로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홀로서기 이후 조 부회장은 어떤 성적표를 받았을까.
HS효성의 2024년 실적은 기대에 다소 실망스러웠다. 연결기준으로 910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1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문제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2.4%였던 영업이익률이 2024년에는 1.9%로 하락했다.
독립경영을 시작한 이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력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는 어떨까.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3조3112억원, 영업이익은 218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3.4%, 26.2% 증가했다. 외형만 봐서는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성과다.
그러나 회사 비전을 중시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타이어코드 사업만 잘 굴러갈 뿐 미래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탄소와 아라미드 섬유 사업은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탄소섬유 부문은 수년간 공들여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백억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성장동력 발굴 요원∙∙∙구조조정 집중 비판도
조 부회장은 차세대 모빌리티, 우주항공, 친환경 소재 등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HS효성첨단소재의 스틸 타이어코드 사업을 놓고 매각, 투자유치, 전략제휴 등 다양한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어, 성장보다는 사업 구조조정에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출범 후 연구개발 투자액은 전년 대비 감소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첨단소재 분야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수적인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부담으로 인해 투자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조 부회장이 내심 더 신경 쓰이는 것은 형인 조 회장의 사업은 나름대로 잘 굴러가고 있다는 데 있다.
조 회장이 이끌어 가고 있는 효성그룹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2728억, 영업이익 2211억원, 순이익 484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23.0%, 영업이익은 283.2% 증가한 것이다.
물론 조 부회장 입장에서는 아직은 성적표를 받을 시점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새로 그룹을 꾸린지 6개월 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성장 동력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생각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한해 324억 받아∙∙∙특별공로급 85억도
상황이 이런데 조 부회장이 보수를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한 해 동안 조 부회장은 효성과 HS효성에서 총 323억8200만원을 받았다. 효성에서 279억 9200만원(급여 20억원, 상여 3억원, 퇴직금 171억 9200만원, 특별공로금 85억원)을 받았으며, HS효성에서 43억 9000만원(급여 23억 7500만원, 상여 20억 1500만원)을 받았다. 이는 HS효성첨단소재의 연간 영업이익 2187억원의 약 14.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회사 성과 대비 보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 특히 주목하는 건 특별공로금이다. 효성측은 “조 부회장이 효성 재임 중 신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하는 등 사업경쟁력을 높인 점을 고려해 특별공로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규정은 2014년 만들어졌으면 이 규정에 따라 특별공로금을 지급한 건 조 부회장이 최초”라고 밝혔다.
특별공로금을 받은 조 부회장이 값어치를 할 수 있을지는 향후 행보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가치 또 같이’라는 슬로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지배구조는 그런대로 정리해 홀로서기에는 성공했지만 실적부진, 제한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리더십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He is∙∙∙]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초∙중∙고 동문
조현상 부회장은 경기초등학교, 청운중학교,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 재만 씨와 초등학교 동창이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는 초∙중∙고를 함께 나온 선후배 사이다.
대학 졸업 후 베인앤컴퍼니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01년 효성에 들어왔다. 경영혁신 사업을 진두지휘한 조현준 효성 회장의 곁에서 구조조정과 선진형 인사시스템 개발 및 협상 등 조력업무를 주로 해왔다.
그는 2017년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2024년 7월 1일 효성그룹의 인적 분할을 통해 탄생한 HS효성의 부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이번 분할 과정에서 그는 조현준 ㈜효성 회장과 주식을 맞교환 하며 HS효성의 최대주주가 됐다.
아버지 故 조석래 명예회장과 형 조현준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경영역량과 리더십을 보여주는 게 그의 최대 과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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