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은 지난 13일 기준 HL홀딩스 주식 110만8206주(11.78%)를 보유, 직전 보고일인 2024년 4월8일 대비 4만7358주(1.37%)가 늘어났다고 대량보유상황 변동 신고서를 제출했다.
VIP자산운용 김민국 대표는 이에 대해 “지분을 늘렸다기 보다 2차례에 걸친 자사주 소각으로 전체 발행 주식수가 6~7% 줄어든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모수가 줄어 보유 비중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VIP운용은 최대주주인 정몽원 회장(정인영 창업주의 차남, 지분율 25.78%)에 이어 HL홀딩스의 2대 주주다. 베어링자산운용(4.92%, 국민연금 일임투자분 제외 기준)과 국민연금공단(5.37%) 등을 포함할 경우 기관투자가의 HL홀딩스 지분이 21.99%에 달해 정몽원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는 3.79%포인트에 불과하다. 정몽원 회장의 유일한 우호 지분은 KCC(4.25%) 정도로 꼽힌다. KCC를 제외하면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6.6% 수준인 자사주다.
사실, VIP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HL홀딩스의 자산을 처분한 적이 있다. HL홀딩스가 지난해 11월 자사주 약 56만 주 가운데 약 47만주를 제3자인 재단에 무상으로 출연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다. 발행주식의 약 4.76%에 해당하는 대규모 지분을 무상으로 기부하면 주식을 유상취득한 주주들에게는 막대한 손해다.
VIP운용은 재단 출연 발표 후 지분 처분을 시도했다. 자사주 무상출연 발표 이전 110만주를 넘었던 보유 주식은 무상출연 철회 결정일인 지난해 11월 26일 109만주 수준으로 줄었다. 당시 VIP운용은 자사주 무상출연 철회를 요청하는 주주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자사주의 재단 출연 때는 의결권이 살아나 대주주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며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해 무상출연 취소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HL홀딩스는 이후 무상출연하려던 물량을 포함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주주환원 대책을 발표했다.
시장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자사주 소각은 배당보다 어떤 면에서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며, “HL홀딩스가 향후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되, 현재와 같은 저평가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효과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위주의 주주환원 정책이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VIP운용은 주주환원 대책 발표에 호응하며, 작년 말부터 지분을 늘리기 시작했다. 올해 2월 2월 재발표한 중기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HL홀딩스는 2월7일 발표한 'HL홀딩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중기 주주환원 방안에서 2026~2027년에 걸쳐 최소 2000원 이상의 배당금을 유지하고, 총 200억원의 자사주 취득·소각 계획을 밝혔다.
HL홀딩스, HL로보틱스 앞세워 주차로봇 시장 공략
최근 지분 확대로 관심을 받긴 했지만, VIP자산운용이 HL홀딩스에 관심을 보인 것은 10년도 더 된 일이다.
HL홀딩스는 만도에서 갈라져 나와 투자사업 부문만을 영위하는 지주회사다. 2014년 9월 회사명이 만도에서 한라홀딩스로 변경했다. 지주사 체제로 변경을 추진하며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하는 국민연금공단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VIP자산운용이 HL홀딩스에 관심을 보인 것은 앞선 기술력 덕이다. 최근에는 주차로봇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주차 로봇 시스템 시장은 2023년 21억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17.7% 성장해 2030년 6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HL홀딩스는 지난해 10월 100% 자회사인 HL로보틱스가 스탠리로보틱스(Stanley Robotics) 지분 74.1%를 약 322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15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스탠리로보틱스는 글로벌 최초 실외 자율주행 주차로봇 상용 기업이다.
현재 프랑스 리옹(Lyon) 공항을 비롯해 영국 게트윅(Gatwick) 공항, 독일 및 캐나다 물류센터 등에서 스탠(Stan)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24년 9월 북미 3대 철도 물류기업이면서 캐나다, 미국 등에 18개 자동차 물류센터를 운영 중인 캐나다 내셔널 철도와 주차로봇 구독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북미지역에서 유지보수를 포함한 풀 패키지 사업 모델이 적용된 첫 상용화 모델이다.
스탠리로보틱스는 이에 따라 미국 북동부와 남동부 지역 자동차 물류센터 등에 스탠(Stan)을 추가로 납품해 북미 시장 저변을 넓혀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미 및 유럽지역의 공항 등 차량이 밀집되는 곳을 기반으로 향후 성장성 등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iM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HL로보틱스는 실내외용 자율주행 주차로봇 전체 제품군을 확보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선진 로봇제어와 관제기술을 자율주행 기술에 접목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HL로보틱스가 개발한 주차로봇, 파키(Parkie)의 선전도 기대된다. 주차로봇에 대한 국내 지자체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파키(Parkie)의 경우, 올해 하반기 지방자치단체 1곳에 1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HL로보틱스는 향후 호텔, 백화점, 모빌리티 솔루션업체 등으로 거래선을 다각화해 2026년 15대의 파키를 납품하고, 2027년에는 208대로 물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파키와는 별도로 내년부터 순찰로봇인 골리(Goalie)도 상용화할 예정인데, HL로보틱스는 초기 5대 이상의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신규섭 금융·연금 CP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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