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DC형 가입자인 그는 지난 7년간 은행 예금에 퇴직연금을 맡겨 놓았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의 퇴직연금 수익률 얘기를 전해 듣고는 억울한 마음에 필자를 찾은 것이었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전형적인 근로자의 모습이었다. 많은 분들을 상담하며 느낀 안타까움을 그에게서도 찾을 수 있었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한국의 많은 근로자들은 원금 보전에 대한 니즈가 크다. ‘생때 같은 퇴직금’을 지키고 싶은,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그가 가입한 은행을 예로 들면, 지난 7년간 운용현황표상 연평균 수익률은 2.3% 수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없는 결과였다. 그는 한번도 거래기관이나 원리금보장상품을 바꾼 적이 없었다며 자신을 원망했다. 원망과 함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방법을 알려 달라고 간곡히 청했다.
간단히 그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고, 참고할만한 내용을 보여주며 대략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참고할 내용 중에는 동료 직원들의 평균 수익률 4.6%인 상품과 최고 18%의 수익률을 보인 직원의 상품 포트폴리오도 포함돼 있었다.
더불어 남은 근로기간과 투자상품으로의 변경가능 여부 등을 확인하고 또다른 자료를 보여줬다. 지난 20년간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관심 ETF 상품 등 몇 가지 관련 자료들이었다.
상담이 길어져 퇴근시간을 훌쩍 넘기게 되었다. 긴 상담 끝에 그는 필자의 포트폴리오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더니 다소 과감하게 인덱스ETF와 TDF 한 개 상품의 운용신청서를 작성하고 결연한 표정으로 문을 나섰다.
“인생의 10%는 사건에 의해 결정되고, 나머지 90%는 나의 대응에 의해 결정된다.” 경영전문가 스티븐 코비 박사의 말이다. 그가 주장한 ‘90대 10의 법칙’을 퇴직연금에 적용해 보면,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답을 얻을 수 있다.
퇴직연금제도 가입은 내 몫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 금융기관을 선택할 지, 어느 상품으로 운용할 지는 오롯이 나의 몫이다. 처음 몇 년은 잊고 방치하더라도, 근로기간이 5년 이상 남았다면 일정 부분은 투자상품으로 운용하는 작은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의 퇴직연금 규모는 지난 20년간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43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 20년, 가입자들의 금융의식 수준도 그만큼 성장했을까.
지금은 디폴트옵션제도의 도입으로 DC형이나 IRP가입자들의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다행히 작년 기준, 이들 상품의 수익률은 그리 나쁘지 않다.
다음 표는 2024년 기준, 1년 위험등급별 평균 수익률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참고하면 좋겠다.
위험 등급 | 상위 5개 P/F 평균 | 전체 P/F 평균 |
초저위험(안정형*) | 3.94% | 3.3% |
저위험(안정투자형*) | 13.27% | 7.2% |
중위험(중립투자형*) | 20.01% | 11.8% |
고위험(적극투자형*) | 27.8% | 16.8% |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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