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03.26(수)

트럼프 "관세 내지 않아도 돼"...정의선 31조원 미국 투자 승부수

정의선-트럼프, 백악관서 '관세 vs 투자' 빅딜

안재후 CP

2025-03-25 13:19:36

정의선(왼쪽 두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28년까지 미국 현지에 31조원을 투자하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로이터
정의선(왼쪽 두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28년까지 미국 현지에 31조원을 투자하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로이터


"현대는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31조원 규모 미국 투자 발표가 거둔 가장 큰 성과를 보여준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28년까지 향후 4년간 미국에 총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고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행사에서 이같은 투자 계획을 직접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마이크 존슨 미 연방 하원의장,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 미국 정계 고위 인사들도 함께 참석했다.

정 회장은 이날 "미국 내 일자리 8500개를 창출하기 위해 조지아주 서배너에 투자하기로 한 결정은 2019년 서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시작됐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시작과 동시에 이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완료돼 더욱 특별해졌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 시작부터 "아름다운 발표를 할 것이다. 매우 흥분된다"면서 정 회장과 현대차 관계자들을 일일이 소개하며 환대했다. 한국 기업인이 미국 정치권력의 심장부인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대규모 대미 투자 발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는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자동차 생산 분야에 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 분야에 61억 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에 63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는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정 회장은 "현대차는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현재 미국 50개 주에서 5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투자의 핵심은 미국의 철강과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강화할 60억 달러의 투자"라며 루이지애나에 신설될 제철소를 비중 있게 소개했다.

현대차그룹은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될 차량용 철강재를 제조하게 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부터 외국산 철강에 대해 25%의 관세를 예외 없이 부과해온 상황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의 기존 무관세 대미 철강 수출 쿼터도 같은 날 폐지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생산 부문에서는 이번 주에 준공하는 조지아주 서배너 소재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역량을 현재 연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6만대)과 기아 조지아공장(34만대)을 포함해 100만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에서 연간 120만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 등 기존 공장도 고품질의 신차를 지속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 설비의 현대화, 효율화 등 보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부품·물류·철강 부문에서는 완성차와 부품사 간 공급망 강화를 위해 현대차·기아와 동반 진출한 부품·물류·철강 그룹사들이 투자를 집행한다. 메타플랜트의 생산 확대에 맞춰 설비를 증설해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의 현지 조달도 추진한다.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한 미국 유수 기업과의 협력과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슈퍼널, 모셔널 등의 사업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올해 말 미국 미시간주에 SMR(소형 원전 모듈) 착공을 추진하며,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동차 기업들과 전기차 초고속 충전 서비스 연합체인 '아이오나'를 구성해 충전소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이날 발표에서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에너지 산업을 지원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 차원에서 "30억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할 것"이라며 "이같은 모든 노력은 미국 내 공급망의 현지화를 가속화하고, 사업을 확장하며, 미국인 인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차가 곧 매년 100만대 이상의 미국산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이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기업 가운데 첫 번째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관세전쟁'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감안해 책정하는 '상호관세'를 내달 2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투자는 현대차를 포함한 한국 대미 수출 기업들의 '트럼프 관세' 대응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 발표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충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관세를 피하거나 적어도 다른 국가보다 낮은 관세를 부과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에서 철강과 부품 등 현지 생산을 늘리고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평가했으며, 악시오스는 "이번 현대차그룹의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관세를 제정하고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했다고 여겨지는 국가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며칠 전에 이루어졌다"며 발표 시점에 주목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미국 투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과 혁신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라며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 국내외 톱티어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통해 미래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식시황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2,615.81 ▼16.26
코스닥 711.26 ▼8.96
코스피200 351.09 ▼2.15

가상화폐 시세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28,880,000 ▼645,000
비트코인캐시 492,800 ▼2,700
비트코인골드 161 ▼128
이더리움 3,037,000 ▼13,000
이더리움클래식 27,150 ▼120
리플 3,595 ▼18
이오스 842 ▼8
퀀텀 3,297 ▼1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29,002,000 ▼529,000
이더리움 3,038,000 ▼15,000
이더리움클래식 27,130 ▼100
메탈 1,179 ▼1
리스크 872 ▼3
리플 3,598 ▼14
에이다 1,095 ▼7
스팀 211 ▲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28,830,000 ▼640,000
비트코인캐시 492,800 ▼2,300
비트코인골드 260 ▼285
이더리움 3,038,000 ▼11,000
이더리움클래식 27,040 ▼170
리플 3,593 ▼19
퀀텀 3,277 0
이오타 29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