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안으로 강제되는 연금제도로서 공적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 둘째 가입자 정보 부족 및 규모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같은 기금형 중개조직이 필요하며, 셋째 전 세계적으로 퇴직연금은 기금형 주도의 시장인데 한국은 그렇지 않으며, 넷째 국민연금의 최근 10년간 평균수익률은 6%로 2%대인 퇴직연금에 비해 수익률이 현저히 높다는 점을 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퇴직연금제가 국민의 노후복지에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은 국민연금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제도의 본분에 충실한 것이 우리나라 노후복지체계의 건강성을 담보하는 올바른 방향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3가지 큰 차이점
우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기본적 특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퇴직연금제도가 공적 성격이 강한 것은 인정하나, 법안으로 강제한다고 공적 운용을 해야 하거나 공적 기관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많이 나간 것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역할과 책임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핵심적인 요소만 정리하면 첫째, 국민연금은 일정한 적립금과 소득대체율 기준을 정해 종전소득에 대한 소득대체율 계산이 가능하지만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자의 투자자산운용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일정한 소득대체율을 추정할 수 없다.
둘째, 이런 이유로 연금 수령도 국민연금은 운용수익에 관계없이 정해진 연금을 수령하지만 퇴직연금은 자산운용 결과에 따라 가입자가 받는 퇴직급여 수령액이 변동된다.
셋째, 자산운용에서 국민연금은 장기투자 및 공격적 투자가 가능하지만 퇴직연금은 단기운용 및 안정성 최우선 투자를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다.
퇴직연금에는 가입자 정보가 부족해 자산운용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정보는 넘쳐 나지만 가입자가 이를 수용할 의도나 행동이 부족하고, 퇴직연금사업자가 가입자 교육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자교육을 형해화하거나, 본연의 의무를 해태한 것이지 정보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가 기금형인데 왜 우리는 계약형이냐는 주장도 고민의 여지가 있다. 기금형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있다. 따라서 충분히 논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지, 마치 기금형이 더 낫다는 전제 하에 결론을 얻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주장은 계약형 제도의 장점을 간과한 면도 있다. 계약형제도는 우선 매우 간단하다. 사용자와 퇴직연금사업자가 계약을 맺는 것으로 제도가 성립하고, 근로자들은 그 계약에 따라 개인의 책임 아래 자산을 운용하면 된다.
하지만 기금형은 수탁법인을 필요로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거래비용을 상승시킨다. 그렇다고 기금형이 항상 수익을 제고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계약형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투자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가입자들이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는 일임형제도의 이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를 허용한다면 굳이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고, 거래비용이 많이 들며, 수탁자 책임의 범위와 깊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매우 힘든 기금형 제도를 도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평균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원리금 보장상품인 확정급여형이 전체의 53.7%나 되고, 전체 적립금의 87.2%가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되는 상황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은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의 평균을 수익률로 환산함으로 인해 평균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기업이 운용하는 확정급여형의 수익률이 온 국민이 걱정하는 수준임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만큼 중요한 ‘가입자 교육’
그렇다고 퇴직연금이 잘하고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퇴직연금제도 개선의 새로운 종합 모델이 필요하다.
우선 근로자가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편하게 참여하기 위해 부분 기금형과 전문가 자문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 동시에 실물이전 충실화와 일임형제도 도입을 통한 수익률 향상을 촉진해야 한다.
또 퇴직일시금에 대한 혜택을 점차 축소해 퇴직금제도를 서서히 폐지하고 퇴직연금제로 단일화해야 한다. 1년 미만 종사자에게도 퇴직급여 지급을 확대 실시하고, IRP 세액공제를 소득공제로 전환해 퇴직연금계좌에 의무적립케 하고, 가입자에 대한 제도 활용 및 이미지 제고를 위한 가입자교육의 실효적 실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적립금 규모를 확충해 연금화 세제혜택이 제고되고 연금화의 필요성을 고취해 궁극적으로 연금화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퇴직연금제가 국민들로부터 노후복지제도로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제도가 되기 위해,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제도 이해 방안을 시급히 마련 해야 한다.
사용자의 의무인 확정급여형과 퇴직연금 사업자의 의무인 IRP 가입자 교육을 제도 이해 교육의 차원으로 재설정해 홍보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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