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시장은 원래 변동성이 큰 시장이다. 변동성으로 인해 돈을 잃기도 하고, 벌기도 하는 곳이다. ‘염블리’로 통하는 LS증권 염승환 이사는 “증시에 오래 있으면서 느낀 것은 변동성과 인내심이 돈을 벌어 준다는 사실”이라고 고백한다.
“성장할 기업이 변동성으로 급락할 때 투자하는 인내심을 기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그에게 최근 주식시장의 흐름과 눈여겨볼 종목을 어떤 것이 있는지 물었다. 다음은 염 이사와의 일문일답.
한국 증시가 연초대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증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난 2년간 한국증시는 처참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작년 11월 트럼프 취임 이후 2달은 계엄까지 겹쳐 급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출범 후의 관세 우려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 같아 한시름 놓았습니다. 반대로 반도체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연기금의 지속적인 국내 주식 순매수 등 우호적인 수급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연초대비 상승세를 지속하는 중입니다.”
지난해는 2차전지와 밸류업 수혜주, 방산주 등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2025년은 어떻게 보십니까.
"여러 테마가 있겠지만, 저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장 큰 이슈라고 봅니다. 로봇은 산업용 로봇과 협동로봇 시대를 지나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활용도가 낮고 양산 능력이 떨어져 상업성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학습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면서 붐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수요는 점점 커질 것 같습니다.
"네. 고령화, 인구 감소 등에 따라 로봇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질 겁니다. 인간처럼 행동하면서 인간을 보조할 수 있는 로봇이 있다면 인구 감소 문제를 일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좋게 봅니다.”
하지만 제대로 수익을 내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한데요.
"물론, 아직은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닙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막대한 돈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 애플 등을 위시해, 한국에서는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통해 시장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테슬라, 현대차 등 자동차 기업들이 특히 눈에 띕니다.
"AI와 더불어 휴머노이드 로봇은 생산성을 높여줄 중요한 도구입니다. 특히 자동차 공장에서 인간이 반복적으로 하는 단순 업무를 로봇에게 맡기면 비용도 절감하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얼마전 첫 양산을 시작했다고 일론 머스크가 언급했잖아요. 본격적인 로봇 양산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 거죠. 저는 일론 머스크가 세상을 바꾸는 천재형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생각대로 휴머노이드 로봇도 전기차 시장처럼 몇 년 후에는 큰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 높습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거기에 가깝겠습니다.
"현대차는 자회사를 통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규모 미국 투자로 미국 관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과도한 저평가와 높은 배당수익률도 매력적이고요.”
삼성증권도 좋게 보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삼성증권은 부동산 PF 리스크 완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조, 추경 예산 집행 시 자산시장 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눈여겨볼 종목입니다. 상법개정을 통한 주식시장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겠고요. 현재 저평가된 상태로 연 7%가 넘는 고배당만으로도 매력적인 종목입니다.”
최근 테슬라의 사례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 둔화로 실적이 감소하고 있는데, 트럼프 취임 이후 단기간에 주가는 2배나 올랐습니다. 트럼프 시대에 테슬라가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죠. 하지만 기대감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당장 테슬라 실적이 2배나 급증할 것처럼 올라버렸습니다. 하지만 실적은 좋지 않았고, 그의 정치활동으로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독일과 중국, 미국 등에서 판매가 급감했습니다. 결국 주가는 반토막이 났습니다.”
단순한 기대감만으로 투자에 나서면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겠군요.
"주가가 오른다고 흥분해서도, 반대로 내린다고 좌절해서도 안됩니다. 오르면 왜 올랐는지 면밀한 분석이 따라야죠. 실적과 펀더멘털로 오른 게 아니라 기대감만으로 올랐다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앞으로도 수백번 반복될 겁니다. 테슬라의 사례를 눈여겨보고, 또 배워야죠.”
오랫동안 주식시장에 몸 담아왔는데,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하시다면?
"‘변동성’과 ‘인내심’이 돈을 벌어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업을 아무리 잘 분석하고 통찰력까지 겸비해도 이미 주가가 해당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해서 비싸졌다면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조그마한 악재에도 급락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변동성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다들 변동성을 무서워하는데, 변동성이 있어야 주식을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도 고점대비 30%나 하락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됩니다. 그런 변동성을 이용해 투자했다면 좋은 수익을 냈을 겁니다.”
인내심은 어떤 경우에 필요한가요?
"앞으로 성장할 기업을 고른 다음, 변동성으로 주가가 급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변동성은 가끔 오기 때문에 평소에는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기다리다 보면 변동성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가 옵니다. 그때까지 기다릴줄 알아야죠. 성장할 기업을 잘 고르고, 인내심을 가지고 변동성이 급증할 시기까지 기다린 후, 적절하게 분할 투자하는 것이 투자 성공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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