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조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에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76)이 21년 만에 대표로 복귀했다. 사조산업은 최근 주 회장을 기존 김치곤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로 선임했다고 공시했으며, 변경사유는 기존 대표이사 사임에 따른 대표이사 선임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존 각자 대표였던 이창주 대표는 사임 후 그룹 계열사인 사조동아원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주 회장은 1971년 사조그룹을 창업한 고(故) 주인용 회장의 장남으로, 1979년부터 25년간 사조산업 대표를 맡아왔으며 15대·16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2004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났으나, 21년 만에 복귀함으로써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며 그룹 내 장악력을 강화하고 전체를 총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조산업은 주 회장의 부친 고(故) 주인용 회장이 1971년 설립한 '시전사'가 모태로, 참치연승, 참치선망, 명태트롤, 오징어 채낚이 등 원양어업을 이어오며 식육가공업·도소매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또한 2006년 대림수산, 2007년 오양수산, 2010년 육가공업체 남부햄 등을 인수하며 사조그룹의 실질적 구심점 역할을 맡아왔다.
장남인 주지홍 부회장에게 지분승계 사실상 마무리
주 회장은 2022년 1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장남 주지홍(48) 부회장에게 지분을 넘겨주는 등 사실상 승계 작업을 진행해왔다. 사조그룹은 '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CPK' 등으로 연결되는 구조이며, 주지홍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시스템즈의 지분 50.01%를 보유하고 있다. 주 회장의 사조시스템즈 지분율은 7.68%에 불과하며, 지난 12일 공시된 사조산업 사업보고서에는 주지홍 부회장의 담당 업무가 '그룹 총괄'이라고 명시되어 경영권 이양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정기인사에서 주지홍 부회장이 3세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그룹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사조산업이 주 부회장의 경영 참여 이후 연속 적자로 돌아선 것은 경영 경험 부족과 시장 상황 대응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 회장의 복귀가 이러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1977년생인 주 부회장은 2011년 사조해표 기획실장, 2014년 경영지원 본부장을 맡았으며, 2015년 사조그룹 식품총괄 본부장으로 식품 사업을 이끌어왔다. 그는 2023년 말 사조시스템즈 지분 50.01%를 확보하면서 지배구조 최상단에 올라섰으며, 이는 사실상 승계 작업이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사조그룹은 '주지홍→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CPK·사조오양·사조동아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2년 연속 적자에서 허덕이는 사조산업
사조산업은 지난 2023년부터 2년 연속 적자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이 6352억원으로 2022년(6609억원)과 비교해 3.9%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51억원에서 2023년 영업손실 23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2024년에도 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152억원으로 전년(93억원) 대비 63.4% 개선되었다.
10년 전인 2014년 사조산업은 1조3049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577억원을 내며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었으나, 주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점차 매출이 줄면서 영업이익도 함께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주 부회장 체제 하에서 이러한 하락세가 가속화되었다는 점은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조산업의 수익성 악화는 원재료비 상승, 물류비 증가, 판매관리비 급증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횟감용 참치 및 수산물 가공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사조산업은 최근 참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원가율이 대폭 높아졌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국제 해운 운임도 상승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었고, 수입 원료 확보와 수출 비용이 동반 상승하며 원가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사조산업의 판매관리비는 전년 대비 114.2% 증가한 387억원으로, 인건비, 마케팅 비용, 유통 비용 등이 크게 증가하면서 영업적자 폭이 더욱 늘어났다. 그동안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기존 경영방식에 안주한 것도 적자에 영향을 미쳤으며, 주요 계열사와의 거래 구조를 재편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진 점도 경영 악화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사조산업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조산업 이사회는 지난해 1월 31일과 12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대표이사 무보수 안건을 의결하며 책임경영을 선언했으며, 올해도 책임 경영 차원에서 대표이사 무보수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이사가 무보수로 책임 경영을 실시할 수 있는 배경에는 사조그룹의 겸직 체제가 있다. 오너가뿐 아니라 사조산업의 이창주, 김치곤 각자 대표는 그룹 내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으며, 이창주 대표는 사조씨푸드 사내이사와 사조CPK, 사조시스템즈의 대표이사 등 8곳의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김치곤 대표는 사조씨푸드의 대표이사로 활약하고 있다.
계열사간 시너지 확대에 힘 쏟을 듯
주 회장이 사조산업에 복귀하면서 주 부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이후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사조그룹은 주 회장 주도 아래 M&A로 외형 확장을 해왔으나 2016년 사조동아원 인수 후 활동을 멈췄다가, 주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23년부터 다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밟기 시작했다.
사조대림은 그룹 내 규모가 가장 큰 매출 2조원대의 식품 계열사로, 지난 2023년 글로벌 소재 기업 인그리디언코리아(현 사조CPK) 지분 100%를 3840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진행했다. 이는 순자산의 80%가 넘는 대규모 투자였으며, 지난해에는 사조요양과 사조CPK가 각각 800억원, 1720억원을 투입해 식자재 및 위탁급식 기업 푸디스트 지분 99.86%를 확보하기도 했다.
사조그룹의 사업은 크게 식품과 축산(육계), 원양어업(수산) 등으로 나뉘며, 사조CPK와 푸디스트 인수로 소재→식품→유통(급식)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이뤘다. 현재 사조그룹의 전체 매출은 6조원에 달하며, 주 부회장은 M&A를 통해 5년 내 매출 10조 기업으로 키운다는 포부를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조산업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구조적인 원가 부담을 해소하지 않는 한 단순한 인건비 절감만으로는 단기적으로 실적반등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회사 차원의 근본적인 수익성 중심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사조산업의 경영 전략은 더욱 중요해졌으며, 추가적인 비용 절감 조치와 사업 효율성 개선 없이는 올해도 적자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원가 절감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효율적인 유통망 구축 등 수익성 중심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 회장의 복귀는 그룹 위기 상황에서 경험 많은 리더십으로 위기를 타개하고 3세 경영을 안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승계는 이뤄졌으나 주 부회장의 경영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다시 '원로'의 손길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앞으로 주 회장과 주 부회장이 어떻게 협력하여 사조산업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그룹 전체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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