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철강업체 현대제철이 봉형강 제품을 생산하는 인천공장 내 철근공장을 오는 4월 한 달간 전면 가동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최근 철근 시장의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저가 출혈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극약 처방으로 해석된다.
현대제철은 27일 "이번 셧다운은 단순한 정기 보수가 아닌 시황 악화로 인한 감산 조치"라며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시장 정상화를 위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인천 철근공장 셧다운을 통해 봉형강 시장을 안정화하고, 적자 누적 상황을 개선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의 인천공장은 연간 150만 톤의 철근과 200만 톤의 형강을 생산하는데, 이번 조치를 통해 시장의 공급 과잉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철강사들의 출하 및 생산 조정에도 불구하고 철근 시장의 수요 부족이 지속되면서 가격 하락과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의 이번 감산 조치는 단기적으로 공급 과잉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경영 체제 돌입…임원 급여 삭감·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시행
현대제철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 국내 수요 둔화 등 복합적인 악재 속에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전 직원 대상의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강도 높은 원가 절감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만 50세(1975년생) 이상 일반직·연구직·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포항 2공장 등 일부 사업장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적은 있지만, 모든 직종을 대상으로 한 전사적 희망퇴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임원 급여도 20% 삭감하는 등 강도 높은 비용 절감 정책을 시행 중이다.
노조는 파업 강행…임단협 교섭 난항
이런 가운데 현대제철 노조는 26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하며 회사와의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성과급 지급안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 측은 기본급 450%에 정액 1000만 원을 지급하는 성과급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현대차가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500%와 정액 1800만 원, 주식 25주를 지급하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현대제철 노조의 요구는 '그룹 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노조의 지속적인 파업으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노조 파업으로 인해 냉연 부문에서 27만 톤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고, 약 254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셧다운 이후 전망…철근 가격 반등 가능성은?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근 시장 위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내포돼 있지만, 우선 감산을 통해 수급 균형을 맞추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강도 높은 감산 정책으로 수급 안정화가 이뤄지면 4월 이후 가격 반등의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현대제철의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공급 과잉 해소에 기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철강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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