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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5조 알짜 계열사 실트론 매각 이유 4

그룹 리밸런싱에서 최태원 회장 개인사정까지 영향 미친 듯

안재후 CP

2025-04-10 14:57:29

SK, 5조 알짜 계열사 실트론 매각 이유 4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SK그룹이 반도체 핵심 소재 제조사인 SK실트론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면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주회사 SK(주)는 현재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SK실트론 지분 70.6%에 대한 매각 협상을 활발히 진행 중이며, 매각 금액은 5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SK실트론은 2017년 SK그룹이 LG그룹으로부터 인수한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사로, 불과 7년 만에 다시 손을 바꾸게 될 전망이다.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전문 생산기업인 SK실트론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SK그룹 인수 이후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내지 않은 알짜 계열사로 평가받아 왔다.

매각 대상은 SK(주)가 직접 보유한 지분 51%와 총수익스왑(TRS) 계약으로 사실상 소유 중인 19.6% 지분 등 총 70.6%에 달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29.4%의 지분은 이번 거래에서 제외될 전망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 추진의 배경으로 크게 네 가지 요인을 지목하고 있다. 첫째,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전략이다. 최근 SK그룹은 반도체·배터리 소재사 등 제조 분야 계열사를 대폭 줄이고 인공지능(AI)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SK실트론 매각은 이러한 그룹 차원의 전략적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

둘째, 시장 '고점'에서의 매각이라는 전략적 판단이다. SK실트론은 SK그룹 편입 이후 급성장했다. 매출은 2017년 9331억원에서 지난해 2조1268억원으로 크게 늘었으며,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0409억원에서 6400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수혜를 입은 결과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실트론은 전통적으로 1분기에 매출이 정점을 찍고 이후 실적이 하락하는 흐름을 보여왔다"며 "이 같은 '숫자상 고점' 국면에서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셋째, 중국 웨이퍼 업체들의 기술력 추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위기감이다. 중국은 반도체 소재 전 영역에서 정부 주도의 육성 전략을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 웨이퍼 영역에서 모든 부분을 다 따라잡았고 추월도 시간문제"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실트론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 것이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넷째, SK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이다. SK(주)의 개별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6%에 달한다.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대규모 적자와 투자금 소요가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SK실트론 매각을 통해 약 3조원의 현금을 확보하면 SK(주)의 부채비율은 50%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최근 매각된 SK스페셜티의 대금 2조6300억원을 포함하면 SK그룹은 총 6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개인적 사정도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최 회장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약 1조원의 위자료 및 재산분할 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공식적으로는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이라지만, 복합적 요인이 얽힌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SK실트론 매각은 SK그룹의 반도체 수직계열화 전략이 폐기되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SK그룹은 2015년 SK머티리얼즈(당시 OCI머티리얼즈) 인수를 시작으로 다수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지주회사 SK(주) 산하에 반도체 소재·부품 계열사들을 내재화하는 전략을 폈다. SK하이닉스의 성장을 향유하고 이를 통해 지주사 기업가치를 키우겠다는 취지였다. 한때 그룹사 시가총액이 재계 2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이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커진 데다 반도체 업황에 그룹 실적이 휘둘리는 부작용이 생겼다.

구미에 본사를 둔 SK실트론의 매각 소식은 지역 경제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SK실트론은 2022년 구미 지역에 1조4950억원을 투자해 300mm(12인치) 실리콘 웨이퍼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으며, 2026년까지 구미산단에 약 2조2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아주스틸과 포스코퓨처엠의 구미 공장 매각 소식이 이어진 데다, 도레이그룹과 매그나칩반도체의 매각 검토설까지 나오면서 대기업들의 구미 이탈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하니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만약 SK실트론 매각이 현실화된다면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매각 방식과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SK실트론의 기업공개(IPO)가 유력하게 예상됐으나, 현실적인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IPO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구주 매출이 불가피해져 지분구조에 대한 시장의 해석과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반면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식은 IPO 시나리오와 달리 외부 자본이 전면에 나서는 구조로 지배구조 리스크를 우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SK실트론 매각이 성사되면 SK그룹의 리밸런싱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극대화한 상황에서 SK그룹은 시장에서 각광받는 매물을 내놓아 미래 성장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제 SK그룹은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과 에너지 플랫폼 등 새로운 성장 영역에 투자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SK실트론이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알짜 계열사인 만큼,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기존의 투자 계획과 사업 방향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 측은 현재까지 "다양한 리밸런싱 옵션을 검토 중일 뿐, 매각 여부는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SK, 5조 알짜 계열사 실트론 매각 이유 4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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