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오는 7월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구글 캠프'에 나란히 초청받아 한국 재계를 대표해 참석할 예정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구글 본사는 최근 한국 3대 그룹 총수들에게 구글 캠프 초청장을 전달했다. 이재용 회장은 2022년부터 매년 빠짐없이 참석해온 유일한 한국 재계 인사로, 올해로 4년 연속 초청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대장을 받았으며, 정의선 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구글 캠프는 2013년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회의에서 영감을 받아 설립한 초호화 비공개 포럼이다.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이탈리아 시칠리아 남서부 휴양지인 로코 포르테 베르두라 골프 리조트에서 2박 3일간 진행된다.
구글 캠프는 매년 글로벌 트렌드와 사회적 이슈에 따라 주제가 달라진다. 2013년 초기에는 '인간 수명 연장 및 미래 기술'을 주제로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존 도어 실리콘밸리 투자자,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전 CEO 등이 참석했다.
2015년에는 '여성 권리와 스포츠의 사회적 역할'을 주제로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 포스트 창립자 등이 참석했으며, 2018년에는 '지속 가능성과 환경 보호'를 논의하기 위해 해리 스타일스, 레이디 가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브래들리 쿠퍼 등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2019년에는 '기후 변화'를 주제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마크 저커버그 Meta CEO, 해리 왕자, 리한나 등이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해리 왕자는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관광 벤처인 'Travalyst'를 설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해에는 '인공지능(AI)과 비즈니스'를 주제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 존 엘칸 페라리 회장 등이 참석해 AI 기술이 일상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구글 캠프는 하루 종일 이어지는 일정으로, 오전에는 주요 글로벌 문제를 다루는 강연과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오후에는 참석자들이 리조트 내 고급 시설을 즐기거나 지역 문화 체험을 하며 네트워킹을 한다. 저녁에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만찬이 열린다. 2019년에는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고대 유적지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올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이 주요 의제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무역 질서 개편, 공급망 재정비, 관세 갈등이 올해 주요 화두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재계 리더들은 올 들어 글로벌 행보를 보이며 공급망 점검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현지 주요 CEO들과 릴레이 회동을 가졌으며, 정의선 회장은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준공하는 등 공급망 정비에 나섰다. 최태원 회장은 앞서 세미나에서 "최근 반도체나 자동차를 둘러싼 공급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과연 안정성, 효율성을 각각 얼마나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이 없는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 총수들의 참석으로 전 세계 CEO들 역시 한국 기업의 공급망 관리 노하우에 대해 귀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글 캠프 자체가 철저히 비공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를 알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생각을 한 방향으로 모으는 자리인 만큼, 하반기에는 다른 정책적 흐름이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다음 달 열리는 일본 오사카 엑스포 '한국의 날' 주간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대표 경제인 자격으로 방일해 민간 외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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