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태호 변호사
‘심히 부당한 대우’라는 표현은 단순한 말싸움이나 일시적인 다툼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 개념을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참으로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 학대, 모욕 등을 받은 경우"로 해석한다. 쉽게 말해, 혼인을 유지하는 것이 사람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따르는 상황을 뜻한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폭언을 퍼붓고, 신체적인 폭력을 일삼거나,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며 상대를 정신적으로 압박하는 행위가 해당된다. 혹은 거짓말로 간통죄를 뒤집어씌우거나 외도 의심을 빌미로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여러 판례를 통해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남편이 아내에게 임신하지 못한다고 트집을 잡아 지속적으로 학대를 하고, 이혼을 요구하며 응하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한 경우, 남편이 결혼 전 사귀던 연인을 잊지 못해 아내에게 아무 이유 없이 욕설과 폭행을 반복하고, 결국 아내가 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상해를 입힌 경우, 배우자가 상대방의 결백을 알면서도 간통죄로 고소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 진술을 하도록 유도한 경우는 ‘심히 부당한 대우’로 인정되었다.
따라서 법원은 이혼 사유를 판단할 때 각 사건의 맥락과 당사자의 생활환경, 사회적 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누구나 갈등을 겪을 수 있지만, 그것이 반복적이고, 참을 수 없는 수준으로 계속되어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로엘법무법인의 이태호 이혼전문변호사는 “‘심히 부당한 대우’가 인정되면 피해자는 유책 배우자에게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심히 부당한 대우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책임은 이혼을 청구한 당사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미리 입증 자료를 충분히 준비해두어야 한다. 폭행의 경우 진단서나 사진, 경찰 출동 기록이 도움이 된다. 언어적 학대나 모욕의 경우에는 녹음파일, 문자메시지, SNS 대화 내역 등을 제출해야 한다. 상대방이 학대를 부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혼전문변호사의 조력을 구하여 이러한 증거를 철저히 모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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