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 사업자 선정을 두고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공격적인 자본 확충에 나서며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 1위 타이틀을 위협하고 있다. 한투증권은 올 3월 7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별도 기준 자기자본 1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 1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에서는 한투증권이, 연결 기준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1위를 차지하는 형국이다.
양사가 자존심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는 IMA는 증권사들 사이에 '프리미엄 라이선스'로 통한다. IMA의 가장 큰 특징은 증권사가 직접 원금 지급을 보장하는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금보험공사 보호 대신 증권사의 신용과 자본력이 보증이 되는 셈이다. 또한 IMA를 통해 기업대출, 회사채 등 다양한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해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IMA를 통해 더욱 공격적인 자금 운용이 가능해지고, 국내 자본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 수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증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국내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늘려 자본시장 전반의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제도로 평가받는다.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회장은 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손꼽힌다. 박 회장은 동양증권 평사원에서 시작해 미래에셋을 창업, 국내 대표 금융투자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김 회장은 동원그룹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동원증권(현 한투증권)을 업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두 회사는 자기자본, 순이익, IB 실적 등 주요 지표에서 번갈아 업계 1위를 차지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로 자본력을 크게 늘렸고, 한투증권은 기업금융·IB 분야에서 꾸준히 강점을 보여왔다.
해외 시장에서도 두 증권사의 경쟁은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해외법인에서 세전이익 1661억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IB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한투증권은 아직 미국·유럽 등에서 수익성이 높지 않지만, 베트남 등 신흥시장 공략과 해외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반전을 모색 중이다.
수익구조와 경쟁력도 각기 다른 특징을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WM), 브로커리지, 트레이딩, 해외법인 등에서 고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24년 영업이익 1조1881억 원, 당기순이익 925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법인 수익 비중이 크고, 글로벌 IB로의 도약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중개ㆍ자산관리, IB, 운용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며, 2024년 영업이익 1조1997억원, 당기순이익 1조95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자본 확충을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키우고, 해외 신시장 진출에도 힘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관사로 참여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며 사법 리스크에 노출됐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참고인 신분이지만, 향후 불공정 거래 사실을 사전에 알았던 정황이 드러날 경우 방조범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경영진 중징계 등 추가적인 법적·경영적 리스크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임직원들이 부동산 PF 사업에서 60억원대 불법 대출을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무등록 대부업체를 통해 고금리 대출을 중개했으며, 금융당국은 관련 불법 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통보했다. 현재 PF그룹장 등 8명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5년간 약 5조7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부풀려 공시한 사실이 밝혀져 회계 부풀리기 의혹에 휩싸였다. 회사는 매출과 비용이 동시에 증가해 순이익에는 영향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금융감독원이 고의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향후 중과실이나 고의가 드러나면 제재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IB로 가는, 험난한 길에서 만난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회장. 미래에셋금융과 한국투자금융의 경쟁은 단순한 숫자 경쟁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자존심 대결이다. 두 회사 모두 공격적인 자본 확충과 글로벌 사업 확장에 집중하며, 진정한 글로벌 IB를 향한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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